2020년 전관 특별전으로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 김종영의 인체 조각』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두 가지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기획했습니다. 하나는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인 선생에게 인체는 어떤 의미를 지닌 모티브였는지, 다른 하나는 선생의 인체 조각과 추상 조각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 마음 편히 관람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시개요]

김종영 선생은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다. 그래서 인체를 소재로 한 선생의 조각작품에 관한 연구는 소홀하였다. 이런 연유로 이번 전시를 통해 두 가지 궁금증, 하나는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인 선생에게 인체는 어떤 의미를 지닌 모티브였는지, 다른 하나는 선생의 인체 조각과 추상 조각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선생은 브랑쿠지를 ‘추상 작가로서 투철한 지성이 부족한 것이 유감’이라 평했다. 우리는 지금도 비구상과 추상을 혼용하고 있다. 추상은 “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 따위를 추출하여 파악하는 작용”이다. 선생은 모든 이해는 추상화를 수반한다고 했다.

선생은 말년에 쓴 「자서 自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집중하였다. 따라서, 선생은 자연 만물을 관찰해서 보편적인 조형 원리를 찾고자 매진했다. 그러한 원리에 따라 제작한 작품은 모든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시공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선생은 조각가였기에 첫 번째 탐구 대상은 인체였다. 이후 탐구 대상은 점차 화초, 나무, 산, 동네 풍경 등 주변의 모든 것으로 확장되었다. 선생은 사십 대까지 다양한 실험을 거쳐 1982년 타계할 때까지 이를 종합해서 보편적인 조형 원리를 찾고자 했다. 선생의 집요함은 마치 세잔이 눈에 보이는 사과가 아닌 사물로서 가지고 있는 ‘사과성’을 그리고자 했던 것과 같다. 이는 필연적으로 관례를 재검토하고 추상화를 수반했다.

한편 선생은 평생 서예에 정진했으며, 추사 선생을 스승으로 숭앙했다. 그만큼 선생은 서예에 정통했다. 선생은 남들이 괴이하다고 하는 추사 선생의 예서체 글씨를 극찬했다. 이를 토대로 추사체와 세잔의 그림을 비교하여 보편적인 조형 원리를 살폈다. 그 결과 조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이며, 유기적인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원리는 asymmetry, 즉 비대칭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티브가 인체에서 시작해서 자연으로 확대되며, 선생의 후기 작품에는 각각의 소재였던 나무, 식물, 산, 동네 풍경 등이 한 작품에 종합해서 응축적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미술관 로비에 있는 『작품 81-4』이다. 이 작품에는 인물과 나무 그리고 삼선교 풍경과 종교적 도상까지 모두 담겨 있다. 제3의 자각상으로 불리는 『작품 80-5』를 통해서는 선생님이 지향한 『不刻의 美』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서구인들이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조각의 모티브로 인체에 접근했다면, 선생은 동양적인 자연관에서 인체를 모티브로 삼았다. 따라서 선생에게 자연은 nature의 번역어라기보다는, 한자 自然, 즉 스스로 그러한 존재이다. 변함없는 자연은 한결같기에 성실함 그 자체이고, 성실함을 통해 삶의 도리를 깨칠 수 있다. 이것이 선생의 인체 조각의 출발점이고 종착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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