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영미술관은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김종영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2004년부터 그동안의 작업을 통해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를 선정하여 매년 <오늘의 작가>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김종영미술관은 2021년 올해의 작가 주인공으로 이지은 작가를 선정했습니다. 이지은은 <소멸(消滅)을 두려워하는 태도>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소멸은 “사라져 없어지거나, 자취도 남지 않도록 없애 버림.”이라는 뜻으로 능동과 피동의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소멸은 어떤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짐을 말한다. 사람에게 소멸은 죽음입니다. 죽음 이후는 미지의 세계이고, 죽으면 잊히기 때문에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그는 소멸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두려움에 대한 자신의 태도, 즉 ‘마음가짐’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음의 두려움에 대한 태도를 피력하지 않았습니다.

이지은작가는 남다른 이력을 가졌습니다.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동양철학과에서 Marcel Duchamp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인쇄된 자신의 학위 논문을 손수 베껴 써서 제2전시실에 작품으로 전시했습니다. 그는 논문에서 20세기 서구미술계의 미술에 대한 기존의 규정을 회의하여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발한 Duchamp의 예술세계를 동양 예술철학의 관점에서 ‘해체’하여 이 시대 예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살폈습니다. 다음은 이지은의 문제의식입니다.

“현대미술의 양식이 서양에서 발단되었다는 이유로 동·서양을 양분하고 서양 미학을 중심으로만 현대미술을 이해하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는 현대 예술의 보편적 특징을 찾아서 소통의 가능성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사준 백과사전을 읽다가 칠하고, 그 형태를 목조로 제작한 후 모든 면을 프로타주로 찍어내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커튼에 좋아하는 글귀와 단상을 새기고, 2018년 시칠리아 여행 때 우연히 들른 폐허가 된 수도원에서 본 샹들리에를 철사로 꽈서 만들고, 뜻 모를 바람을 두루마리에 새기고, 2010년 파리 Cité 레지던시에 참가했을 때 수집한 전시회 안내문으로 제작한 콜라주 작품을 여전히 문질러 광을 내고, 서로 다른 서체의 ‘너’를 프린트하고, 자신의 논문을 손수 베껴 쓰는 등 그가 남긴 행위의 흔적을 보며 관객 여러분은 이지은이 과연 무엇의 소멸을 두려워하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관객 여러분은 Duchamp이 “예술가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혹은 왜 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다만 영매(靈媒)적인 역할을 할 뿐이며, 정작 ‘내면의 삼투작용’을 통해 작품의 내적 가치를 판단하고 해석하여, 그 가치를 외부 세계와 연관시켜 창의적인 순환과정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관객이다.”라고 한 말을 염두에 두고 이지은의 작품을 살펴봤으면 합니다. 여러분에 의해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전시작품 (11)

3전시실: <생각 허물기>, <매만지고 문지르기>, <쓸모없는 사전>
2전시실: <너 안에 내가 있다>, <공구함 기록하기>, <박사논문 기록하기>
1전시실: <편집된 시간>, <낯선 풍경>, <중얼거림>, <어느 수도원의 샹들리에>, <각시(刻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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