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미술관은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김종영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2004년부터 그동안의 작업을 통해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를 선정하여 매년 <오늘의 작가>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강원도 하대리에서 신독(愼獨)하는 자세로 묵묵히 작업하고 있는 김주환 작가를 선정하였습니다.
『혼방(混紡)된 상상력의 한 형태-사이렌의 노래 혹은 예술의 본질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모든 것이 산업화한 시대에 ‘작업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개막행사는 없지만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람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종영미술관

김종영미술관은 2020년 올해의 작가로 강원도 하대리에서 15년째 생활하며 작업하고 있는 김주환을 선정하였다. 청년 조각가가 농촌에서 작업하며 삶을 영위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대부분의 청년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그는 하대리에 온 이래 지금까지 흔히 반생이라고 하는 빨간 색연필 심 굵기의 철사를 말아 용접해서 커다란 원을 만든다. 마치 티베트 밀교 승려들이 만다라를 그리며 수행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실제 그는 대학 시절 불교에 심취했었고, 군 복무 중 ‘大中’이라는 법명도 받았다. 수행자의 심정으로 작업하는 듯한 그의 이번 전시 제목은 『혼방(混紡)된 상상력의 한 형태-사이렌의 노래 혹은 예술의 본질에 대하여』로 조금 길다. 그의 작업과 실을 방적해서 천을 만드는 것은 매우 유사하다.그는 작업이란 “머릿속에 혼재된 기억과 지식의 파편들을 능동적인 상상 작용을 통해 형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상상 작용은 다른 말로 사유라 할 수 있겠는데, 그가 생각하는 사유란 “작품이라는 나무를 지탱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이다. 따라서 그에게 ‘혼방된 상상력으로 한 형태를 만드는 것’, 즉 ‘작품 제작’이란 들뢰즈와 가타리가 『천 개의 고원』에서 제시한 ‘근경(rhizome, 根莖)적 사유 전개 방식과 작업행위가 결합한 결과물’이다.그는 “일상적인 것에 아우라가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며,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본다. 바꿔 말하면 예술가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에서 무엇인가를 남달리 새롭게 보고 느낀 바를 작품화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따라서 예술의 본질은 ‘동시대인들이 망각한 어떤 것을 환기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회 모든 분야가 산업화하면서 생산과 소비, 즉 시장원리로 작동한다.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작품은 과시적 소비재가 되어, “매끄러운 예술”이 되었다. 작가는 망각한 어떤 것을 환기하기보다는 망각하게, 촉매 역할을 자임한 듯하다. 그 결과, 다소 서투른 장인의 솜씨가 잊힌 ‘예술의 본질’을 환기한다.하대리에서 농사지으며 작업하는 그를 보면, 서두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끝없이 판단을 유보하며, 진솔한 작업을 묵묵히 펼쳐나가는 참으로 용기 있는 작가이다. 작가로서 이러한 삶의 자세가 바로 고도로 미술마저 산업화한 시대를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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